내향인을 위한 유럽 추천 여행지
LETTER. 71
헬싱키에서 온 편지
30.APR.2025

다시 찾은 핀란드


의외의 신혼여행지라고 생각하며 한겨울의 핀란드에 다녀온 이후 우리 부부는 말 그대로 핀란드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시간만 나면 핀란드의 풍경이나 여행 영상을 찾아보았는데 모든 영상들이 ‘다음에는 여기로 와’하고 우리를 부르는 것만 같았다.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우리는 다시 핀란드를 찾기로 결심했고, 한창 성수기인 7~8월 초를 피해 8월 말 비행기를 끊었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그곳, 핀란드


8월 말의 핀란드는 지난 여행 때 본 겨울 풍경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바닷바람이 시원함을 넘어 다소 쌀쌀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이 화창한 햇살과 어우러져 겨울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특히, 광장에는 활기가 넘쳤다. 한겨울에는 볼 수 없었던 가판대도 보였고, 가벼운 발걸음을 한 관광객들이 많았다. 지난 여행 때는 헬싱키의 새파란 하늘을 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줄곧 날씨도 좋아서 꿈에 그리던 맑은 하늘을 원 없이 볼 수 있었다.
지난 여행 때도 감탄했던 헬싱키 대성당은 파란 하늘 아래 있어 그런지 더 새롭게 느껴졌다. 마치 현실과 떨어진 다른 세상에 있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 기분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계속 카메라를 들었다.


가게마다 다른 연어 스프의 매력


지난 여행에서 우리 부부는 핀란드의 연어 요리에 반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연어 스프의 맛을 오랫동안 잊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작정을 하고 연어 스프를 찾아다녔다. 헬싱키에 머무는 동안 총 4곳의 가게에서 연어 스프를 먹었는데 가게마다 가격도, 맛도 차이가 있어서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헬싱키 시내 전통 음식점인 ‘카펠리’였다. 카펠리는 옛스러우면서도 세련됨을 간직한 공간이었는데 두툼하고 잘 구워진 연어 조각은 물론, 스프의 맛과 향도 모두 만족스러웠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만큼 다른 가게 대비 가격이 조금 비싸다는 것. 하지만 이만큼 좋은 추억을 남길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들자, 그 자그마한 아쉬움마저 금세 사라졌다.
기억에 남는 또 다른 곳은 헬싱키 광장 올드 마켓 안에 있는 ‘Soup+more’. 요일에 따라서는 연어 스프를 팔지 않을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운 좋게 맛본 이곳의 스프는 양도 많고 빵도 무한으로 리필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좋았던 것은 그대로, 새로운 것에는 도전을!


두 번째 찾은 헬싱키인 만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곳은 다시 들르고, 지난 여행해서 가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던 곳은 새로운 기대를 가득 품고 방문해봤다.
다시 찾은 마리메꼬 아울렛과 헬싱키 도서관은 여전히 좋았고, 지난번 방문하지 못했던 아라비아 팩토리 아울렛과 템펠리아우키오 교회는 이제라도 찾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인상적이었다.
핀란드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보고 싶다는 아내의 바람으로 카이보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기도 했다. 한겨울에는 할 수 없는 여름여행만의 특혜 같은 것이기도 했는데, 밤 10시가 지나서야 해가 지는 풍경을 보고 있자니 하루를 더 유용하게 쓴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중세로 떠나는 시간 여행, 에스토니아 탈린


지난 여행에서 우리는 마리메꼬 아울렛 직원으로부터 에스토니아 관광을 추천받았었다. 지난 여행을 마치고 에스토니아에 대해 찾아보니, 수도 탈린은 마치 중세 유럽으로 온 듯한 인상을 주는 곳이었다.
헬싱키에서 유람선을 타고 남쪽으로 약 2시간 30분 이동해야 하는 거리. 우리는 이번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에스토니아 당일치기를 염두에 뒀다. 에스토니아로 향하는 유람선에 몸을 싣자 ‘분명 재미있을 거야’라고 호언장담했던 아울렛 직원의 얼굴이 떠올라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금강산도 식후경 Rataskaevu 16


헬싱키에서 출발한 유람선은 점심 무렵 탈린에 도착했다. 구시가지에는 에스토니아 전통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음식점이 몇 군데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맛은 물론 점원들의 서비스도 좋다는 평이 많은 식당, Rataskaevu 16을 미리 예약해두었다.
주문한 요리들은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았다. 특히 후식으로 먹은 초콜릿 디저트는 반으로 자르면 따뜻한 초콜릿이 흘러나와 아이스크림과의 궁합이 훌륭했다.


두 개의 전망대


식사를 마친 우리는 거리를 구경하며 전망대로 향했다. 구시가지 서쪽 언덕을 오르면, 탈린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두 개의 전망대가 나타난다. 코투오차 전망대와 파트쿨리 전망대.
두 개의 전망대 모두 붉은 지붕으로 이루어진 구시가지의 풍경을 볼 수 있는데 코투오차 전망대는 벽에 프린팅되어 있는 도시 이름까지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 좋았고, 파트쿨리 전망대는 코투오차보다 좁았지만 숲과 도시가 어우러진 풍경을 조용하게 감상하기 좋았다.
코투오차 전망대에서
파트쿨리 전망대에서


산책만으로도 즐거운 탈린 구시가지


헬싱키로 돌아가는 유람선을 기다리며, 선물 가게에 들리거나 디저트를 먹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구시가지는 특별한 목적 없이 어느 곳을 걸어도 카메라를 들게 만들 만큼 이국적인 풍경을 자랑했다.
겉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는 붉은 지붕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디자인도 조금씩 달라서 통일감과 개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우리에게 이곳을 추천해 준 마리메꼬 아울렛 직원이 아니었다면 볼 수 없었을 색다른 풍경. 후회 없는 에스토니아 탈린 나들이를 마무리하며, 마음속으로나마 마리메꼬 아울렛 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조용한 유럽의 매력에 빠지다

첫 번째에 이어 두 번째 유럽 여행 또한 다시 핀란드를 선택한 우리 부부. 후회는 없다. 다른 계절의 핀란드는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매력과 재미를 찾기 충분했고, 번잡하지 않은 에스토니아 근교 여행까지 즐기고 나니 우리 부부에게 이보다 잘 어울리는 여행지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음 유럽 여행 또한 핀란드가 메인이 될 것 같지만 아직은 장담은 할 수 없다. 요즘 우리 부부는 프랑스 니스를 무대로 한 OTT 프로그램을 보고, 니스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분명하다. 다음 여행지가 어디가 되었든 앞으로도 우리는 우리답게. 우리만의 즐거운 여행 추억을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다.
🧳 여행자 'DK'
후쿠오카에 거주 중인 직장인 & 초보 남편


scroll-top-button
나를 아는 여행앱, 트리플
예약부터 일정까지 여행이 더 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