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으로 떠나는 성지순례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 보통 스페인 길을 걷지만, 포르투갈 길 또한 존재한다. 이 길의 기점이 되는 리스본은 오랜 역사와 신성한 이야기를 지닌 수많은 성당과 수도원이 있다. 대부분 시내 중심에 모여 있기 때문에 역사와 종교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리스본식 성지순례’에 도전해봐도 좋다.

모든 것이 폐허로 변했던 리스본 대지진에서도 살아남은 견고함을 지닌 리스본의 랜드마크. 12세기 건축되어 무려 9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오랜 시간을 지나온 만큼 로마네스크, 고딕, 바로크 등 여러 양식이 섞여 있다. 대성당 관람은 무료이나 안의 회랑과 보물전시관은 입장료를 받는다.

1496년 마누엘 1세가 인도 탐험을 마치고 돌아온 바스코 다 가마의 성공적인 귀환을 기념해 이곳의 건축을 명했고, 그의 통치 시기에 꽃피웠던 포르투갈의 르네상스 건축 양식인 마누엘 양식으로 지어졌다. 이 수도원의 수녀들이 옷을 빳빳하게 하기 위해 달걀 흰자를 사용하고 남은 노른자를 활용해 만든 것이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음식 에그타르트의 시작이며, 바스코 다 가마와 페르난도 페소아 등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위인들도 이곳에 잠들어 있다. 리스본을 이해하려면 꼭 방문해야 하는 곳.

원래는 산타 엥그레시아 성당이었던 곳이지만 현재는 리스본을 빛낸 위인들을 안치한 판테온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 항로를 개척한 역사적인 항해자 바스코 다 가마, 해양왕 엔리케 등 포르투갈의 대항해 시대를 이끈 영웅에서 부터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국민 파두 가수 아말리아 로드리게스, 시인 소피아 드 멜루 브라이너 안드레센 등의 위인들이 잠들어 있다. 원형과 반원형의 돔이 교차된 형태로 장식된 실내는 하얗게 빛나는 웅장한 외관 만큼이나 아름답다.

전망대에 오르거나 테주 강 근처를 거닐면 4월 25일 다리 뒤편으로 우뚝 솟은 채 두 팔을 벌리고 있는 예수상이 보인다. 정식 명칭은 ‘크리스투 헤이’이며, 브라질 리우의 예수상을 본 떠 만들었다. 동상 밑의 기념비가 82 미터, 동상이 28 미터로 그 높이가 110m에 이른다. 엘리베이터를 올라갈 수 있는 전망대에서는 4월 25일 다리가 가로지르는 광활한 테주 강과 리스본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14세기 흑사병 피해자들을 치료한 공을 인정 받아 성인으로 추대된 상 호케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성당. 그는 사후에도 치유의 상징처럼 여겨졌으며, 유럽을 흑사병이 강타했던 16세기에 상 호케가 리스본을 보호해줄 것이라 믿은 마누엘 1세의 명령으로 상 호케의 유물을 보관할 사당을 마련한 것이 이곳의 시작이다. 하지만 그의 유물도 소용 없이 흑사병은 포르투갈을 휩쓸었고, 이곳 또한 빛을 발하지 못하다 16세기 후반 반종교개혁을 주장했던 예수회의 모임 장소로 사용되면서 그들의 자본과 헌신으로 리스본에서 가장 중요하고 아름다운 성당 중 하나가 되었다.

일요일 오후 2시 이전에 가면 박물관 입장료가 무료.

포르투갈의 첫번째 여왕 마리아 1세의 무덤이 있는 곳.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건축되었으며, 거대한 돔과 두 개의 종탑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성당은 마리아 1세가 아들을 낳는 소원을 이룬 후 예수에게 헌정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안타깝게도 공사 중인 1788년 아들이었던 주제 왕은 천연두로 세상을 떠난다.

28번 트램의 종점이기도 하며, 맞은 편에는 에스트렐라 공원이 있어 함께 둘러봐도 좋다.

고딕 양식의 카르모 수녀원은 1423년에 지어졌지만, 1755년 대지진을 떠올리게 만드는 건축물이기도 하다. 이곳은 하늘을 향해 뚫려있는데, 바로 천장이 대지진 때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오래된 제단에 자리한 고고학 박물관에는 다양한 보물들을 소장하고 있으며, 수녀원 앞에는 1700년대 말 제작된 기념비적인 분수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