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0여 년간 일해오신 엄마의 은퇴를 기념해 특별한 선물을 하기로 했다. 단둘이 떠나는 첫 해외여행.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나의 특별한 도시, 브리즈번으로 선택했다.
브리즈번은 온화한 날씨와 아름다운 도시 풍경으로 유명해 한번은 꼭 방문하고 싶은 곳이었는데 자연을 좋아하는 엄마의 첫 호주 여행지로도 딱이었다.
여행은 무려 18박. 짧지 않은 일정이었으므로 브리즈번에서 울룰루에 이르는 모녀 호주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
|
|
|
|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따뜻한 기운. 따뜻한 햇볕을 즐기기 위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사우스뱅크에 위치한 인공 해변, 스트리트 비치(Street Beach)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바다라니. 모래사장과 선베드까지 완벽하게 갖춘 해변은 엄마는 물론 내 두 눈도 의심하게 했다. 반짝이는 물결과 어우러진 빌딩 풍경은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운 날씨를 잊기 위해 물 속에 뛰어든 수많은 사람들만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우리도 질 수 없지!"
물을 무서워하는 엄마도 따뜻한 수온과 곳곳에 배치된 구조대 덕에 안심하고 물놀이를 즐겼다. |
|
|
|
|
|
|
도시 자체에 여유가 묻어나는 브리즈번에는 또 다른 자랑거리가 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코알라 보호 구역인 론 파인 코알라 보호구역(Lone Pine Koala Sanctuary).
과거 다른 보호 구역이나 야생 코알라 서식지에 가본 적이 있지만, 이곳만큼 코알라를 가까이서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처음이었다. |
|
|
나무마다 매달려 있는 코알라는 물론, 캥거루와 오리너구리, 딩고 같은 호주의 다양한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었다.
엄마도 동심으로 돌아간 듯 좋아하셨는데, 특히 우리 모녀는 캥거루와 가까이서 교감할 수 있는 먹이주기 체험에 매우 만족 했다. 단돈 2달러로 얻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 ❤️ |
|
|
|
|
시드니에는 좋은 해변이 참 많다. 한곳만 들리기 아쉬울 정도인데 그래서 찾은 곳이 코스탈 워크(Coastal Walk)다.
이름처럼 본다이 비치(Bondi Beach)에서 쿠지 비치(Coogee Beach)까지 해안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인데 편도 약 2-3시간이 소요된다. 두 해변 중 어디에서 출발해도 상관은 없지만, 우리는 본다이 비치를 시작점으로 정했다. |
|
|
다섯 개의 해변을 거쳐 이어지는 곳이라 어디서든 수영을 할 수 있는데, 그만큼 수영복은 필수다.
여러 해변 중에서도 우리 모녀가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곳은 작은 만에 위치한 클로벨리 비치(Clovelly Beach). 수영 후 따사로운 볕 아래서 몸과 마음을 뽀송하게 말리는 기분까지 완벽했던, 최고의 시간이었다. |
|
|
|
|
태즈매니아는 호주의 남쪽에 위치한 섬으로 상당한 규모를 자랑한다. 이 섬에는 이번 여행을 계획하며 엄마와의 방문을 가장 고대했던 장소 또한 태즈매니아에 있었는데 바로 크레이들 마운틴(Cradle Mountain)의 도브 호수 서킷(Dove Lake Circuit)이다.
호수를 따라 걸으며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후기가 많아, 엄마에게 청정 호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
후기대로 눈앞에 펼쳐지는 호수의 정경에 감동받으랴, 이국적인 식물과 산뜻한 새소리를 감상하랴.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
|
|
매주 토요일에는 호바트 항구 근처에서 살라망카 마켓(Salamanca Market)이 열리는데 이곳의 특산품이 체리와 굴도 마음껏 볼 수 있었다. 특히, '크리미’하다는 표현이 단 번에 떠오를 정도로 맛있었던 이곳의 굴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
|
|
태즈매니아는 양털로도 유명하다. 최근 뜨개질에 푹 빠진 내게 직접 염색한 털실을 파는 부스는 무척이나 흥미로웠는데, 꼭 뜨개질에 관심이 없더라도 질 좋은 완제품도 팔고 있어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다. |
|
|
|
|
멜버른은 '가장 살기 좋은 도시'를 꼽는 설문조사에서 무려 7년간 1위를 한 이력이 있다. (*Economist Intelligence Unit 조사)
어떠한 매력 덕분에 이처럼 영광스러운 수식을 얻게 되었을까. 우리는 그 매력을 체감하기 위해 멜버른에서는 관광지보다 도시 자체에 집중하는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
|
|
도시의 매력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는 다름 아닌 시장.
멜버른의 대표적인 마켓인 퀸 빅토리아 마켓(Queen Victoria Market)은 주 5일 열리는 상설 시장인데 저렴하고 신선한 육류·과채류부터 기념품과 의류까지. 그 규모가 상당하다.
게다가 식사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로컬 문화를 경험하기 좋은 최적인 장소다. |
|
|
멜버른의 또 다른 상징은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State Library Victoria)이다. 관광객들에게는 아름다운 건축물로 알려져 들르는 곳이지만, 현지인들에게는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일상적 공간이기도 하다.
도시 한가운데 이렇게 아름다운 도서관이 있는 것만 봐도 살기 좋은 도시임이 확실하다. |
|
|
|
|
|
이번 여행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울룰루. 울룰루는 여름이면 40도 이상의 폭염이 계속되기도 하는 사막의 한 가운데 있는 바위다. 하지만 해가 없는 시간대면 기온이 그리 높지 않고, 계절을 타지 않는 절경을 자랑해 어느 계절이든 방문하기 좋다.
직접 본 울룰루에는 겨우 몇 마디 말이나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장엄함이 있었다. 끝없이 이어진 지평선 위로 우뚝 솟은 바위를 보며 느껴지는 압도감이 궁금하다면 울룰루에 직접 방문해 보길. |
|
|
다음날 찾은 카타츄타에서는 여러 개의 암석 사이를 트래킹 할 수 있었다. 거대한 붉은 바위 사이를 걸으며 왜 이곳이 호주 토착민들에게 성스러운 곳으로 불리었는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이해가 되었다.
'지구의 배꼽'이라는 별칭도 그들이 만든 것이라는데, 아기와 엄마가 배꼽으로 이어지듯 머나먼 우주와 이어지는 지구를 떠올리니 경외감까지 느껴졌다.
여행 중 호주의 멋진 풍경을 많이 보았지만, 내게 무엇보다 아름다웠던 것은 그 풍경들을 보는 다름 아닌 엄마의 미소였다. 직장인으로서의 한 챕터는 막을 내렸지만, 미소와 여유가 끊이질 않는 엄마의 또 다른 챕터가 펼쳐지길 응원한다. |
|
🧳 여행자 '승옥' 사랑하는 장소들을 늘려가는 재미로 사는 도파민중독자 |
|
|
|